시냇가에 심은 나무 /달달한 묵상일기

빵을 떼어주시는 예수님

복남진우 2016. 3. 28. 23:39


2016년 3월 28일 묵상일기. 기분날씨 : 심난함에서 기분좋음으로.


 누군가의 연구주제에 대한 부탁을 받고 마음이 계속 불편했어요. 학생의 관점에서 수업을 이해할 것인가? 아니면 교사의 관점에서 수업을 이해할 것인가? 그런데 계속 요구받는 주제는 교사의 관점에서 수업을 봐야 하는 입장이어서 마음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의 관점에서 수업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수업과 일상의 상황속에서 학생이 어떤 사고를 어떻게 경험하고, 그 수업이 학생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학생의 눈으로 살펴보고 싶은데, 지금의 공교육 시스템속에서 힘든일인것 같아요. 수업을 평가하지 않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업에 대한 정답 대신 아이들의 행위와 언어를 하나하나 정교하게 관찰하여 기록하고, 기록한 것을 그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분석한 것을 그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것이 연구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그 아이의 행위 하나하나, 그 주변의 사물, 사람, 세계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교육연구인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교육분야에서 연구방법은 질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네요. 양적으로 아이들을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숫자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할지라도 아이들의 능력은 그 숫자 그 이상일테니깐요. 그런 생각까지 하다보니 마음이 심난해지더라구요.

 하지만 심난한 마음도 잠시뿐이었고, 사랑하는 공동체를 통해서 마음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이 작성한 하루일기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우리 아이들의 하루를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종례시간이 길어질까봐 대충 검사하기도 했는데, 꼼꼼히 살펴보니, 아이들이 오늘 하루 어떠했는지 보이더라구요. 물론 내용이 좀더 풍성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저의 바램으로 남겨둬요. 아이들은 "재미있다"라는 표현이 공통적으로 나왔어요.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위로가 되더라구요.

 오늘 아이들과 함께 누가복음 24장 13-35절 말씀을 묵상했는데,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가 예수님과 대화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들은 예수님의 부활소식을 믿지 못했어요. 하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은 그들과 함께 하셨고, 대화하셨어요. 실망과 슬픔에 빠져 있는 그들은 영적인 눈이 감겨져 있어서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어요. 예수님은 그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줘요.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이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신거죠. 깨달음을 얻은 제자들은 예수님께 청해요.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고요. 그리고 함께 저녁식사를 할 때 예수님이 주신 빵을 받고서야 예수님이 누구인지 알았어요. 하지만 예수님은 그순간 사라지셨어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순간이동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그들은 눈이 밝아졌고, 이일을 열한제자와 사람들에게 알렸어요.

 그들이 이렇게 영적인 눈이 밝아졌던 이유는 '성경말씀'이었어요. 말씀을 통해 깨달았고, 그 깨달음가운데 예수님을 알아보게 된거죠. 그래서 영적인 눈이 감겨있으면 예수님이 옆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을 보게 돼요.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진리로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고, 빵을 떼면서 그분을 보여 주셨다는 갑작스런 깨달음, 이는 무수히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경험하는 것들을 묘사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두제자가 이야기 했던 것 처럼, 우리 예수님이 악당을 물리쳐 주시고, 현실적인 이 어려움 속에서 구원해주시길 기대하지는 않는지 점검해봐요. 하지만 예수님의 방법은 예전에도 달랐고, 지금현재도 달라요. 어쩌면 저는 '엠마오로 가는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지금현실을 생각하며 무기력하고 있는 저에게 주님은 나와 함께하시면서 말씀하고 계시지만 눈이 어두워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주님이 빵을 떼어주셔야 깨닫는 저를 보게 되네요.

 늦은밤이지만, 빵을 떼어 주시는 주님덕분에 사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빵을 통해 눈이 밝아져 늘 주님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말씀과 기도로 사람을 세우는 복남이^^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