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0일 묵상일기. 기분날씨 : 좋음.
오늘 교회에서 청년셀모임을 하면서, 셀리더형이 이런 질문을 던지더라구요. "하나님을 만난 첫사랑 이야기를 해보자" 순간 당황했어요. 늘 셀라이프의 형식을 가지고 하다가 '첫사랑'이라는 주제테마를 가지고 나눔을 한다는 것이 신선했거든요. 그래서 나눔하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울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늘 형식과 틀, 공식화, 획일화에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벗어나기 위한 시도 자체가 좋아 보였어요. 교육의 영역에서도, 교회안에서도 늘 그런것들이 문제였던거죠.
저같은 경우에는 모태신앙이었어요. 그리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이야기를 하려면 '포니투'가 택시로 있었던 시절로 돌아가야 해요. 교역자인 우리 어머니와 지금 현재 목사님이 만나셔서 교회를 개척하셨고, 교인수가 없다보니, 수요예배때에도, 금요철야때에도, 심지어는 주일날 예배때에도 단둘이서 기도할 때가 많았거든요. 저는 어린나이라 '엄마'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나두고 가려고 하는 엄마와 싸우며, 나의 고집을 꺽지 못한 엄마는 나를 데리고 늘 교회에 가셨어요.
저는 교회에 가서 할 일이 없었어요. 제 또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해서 목사님과 함께 기도하는 어머니를 괴롭혔죠. 그때 어머니와 목사님이 기도할 때면, 기본이 3시간이었기 때문에, 저의 지루함은 말도 못했죠. 그러던 어느날 목사님이 제게 오셔서 말씀하셨어요. "진우야 너는 어떤 기도제목이 있니?" 저는 뭐가뭔지 몰라 대답했죠. "기도제목이..뭐에요..?" 참고로 저는 교회에서 말썽꾸러기였어요. 그러다 보니 목사님께 혼나기도 많이 혼나서 목사님이 무서웠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온유하게 저에게 묻는거였어요.
저는 곰곰히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답했죠. "목사님과 엄마가 기도하는 것 처럼 기도하고 싶어요"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기도제목이 나왔는지 30대 중반인 제가 봐도 놀라운 것 같아요. 목사님과 어머님은 방언으로 기도하기도 하고, 통성으로 기도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요. 저는 그 모습이 무섭다고 느끼기 보다는 함께 기도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 기도제목을 말씀드렸고, 목사님은 제 머리위에 손을 얹으시고 기도해주셨어요. 저는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그때 했던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안과 함께 제 입에서 방언이 터져 나왔고, 어머님, 목사님,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3시간 넘게 기도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어머니와 함께 나눔을 했어요. 저는 어머니께 내가 경험했던 것을 다 말씀드렸더니, 너무 행복해하시면서 저를 격려해주셨고, 덩달아 저도 신이 났고, 너무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요.
이게 저의 첫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첫사랑을 회복하자' 라고 여기저기서 외치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첫사랑을 회복한다는 것이 뭘까?를 생각해보게 돼요. 지금 저는 그때의 저보다 기도도, 말씀도, 묵상도 더 많이 하거든요. 하지만!! 그때의 기쁨을 날마다 누리며, 경험하면서 사는지?에 대한 질문이 저를 멈추게 돼요.
의무적으로, 습관적으로, 기독교사라는 당위성때문에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게 돼요. 고난주간기간 동안 저는 어린 그때 그시절로 돌아가보고 싶어요. 많은 것들이 왜곡되고 변질 되었지만, 순수하고 교회를 사랑했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를 사모했던 그때를 회상하면서 말이죠.
'회인'이라는 말을 생각해봐요. 서근원교수님은 회인이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어요.
"회인이란, 달리 말하면 주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대화를 통해서 상대로 하여금 스스로 깨치도록 하는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가르칠 내용과 방법과 속도를 미리 정해 놓고 상대로 하여금 그 절차대로 배우도록 하는 일이 아니라, 학생이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토대로 학생의 방향과 속도와 방법으로 새로운 것을 깨달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즉, 회인은 '가르치지 않고 배우지 않는 교육'인것이다."
서근원교수님과 가끔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종교적인 문제에 대한 논쟁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저는 그분의 말씀하시는 '회인'이라는 말이 좋아요. 왜냐하면 어떻게 보면, 공교육의 틀을 깨고자 나온 기독교사들이 추구해야 방향성이 아닌가 싶네요.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셔서, 성경이라는 생명의 말씀을 주셨어요.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회인'해야 하는 거죠. 한국교회의 지도자들, 나와 같은 기독교사들은 어떤 틀을 가지고 상대방을 주입시키는 것 아닌, 그들 스스로 깨달아 갈수 있도록 '돕는자'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셀모임처럼 말이죠.
-말씀과 기도로 사람을 세우는 복남이^^V-
'시냇가에 심은 나무 > 달달한 묵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십자가의 도, 역설적 복음 (0) | 2016.03.22 |
---|---|
하나님이 원하시는 그릇 (0) | 2016.03.21 |
아이들의 신앙교육 (0) | 2016.03.19 |
유월절 어린양 (0) | 2016.03.18 |
이미 그러나 아직 (0) | 2016.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