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달 수업은 정말 애매할 때가 많아요.
수업을 하긴 해야하는데, 진도를 나가자니 그렇고, 그렇다고 놀게 할 수는 없고, 그래서 생각했던 수업이
"우리들의 학교 프로젝트"였어요. 우리들의 학교 프로젝트의 핵심은 아이들 스스로가 교사가 되어 주도적으로 지도안도 짜보고, 수업을 구성해서 수업을 교사처럼 직접해보는 거였어요.
순서는 다음과 같아요.
1. 우리들의 학교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2. 지도안 작성 요령
3. 지도안 직접 작성하기 (준비물 : 색지, 매직펜)
4. 수업준비하기.
5. 수업하기
6. 피드백하기
이런 순서로 진행하였어요. 총 기간은 2박3일이었고,
하루는 프로젝트 안내와 지도안작성 요령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직접 작성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지도안을 작성하게 할 때에는 옛날 대학시절이 떠올랐어요.
지도안에 들어가야 할 핵심적인 요소들은 영역, 시간, 수업목표, 교수-학습 활동, 주요내용, 단계, 준비물, 주제 였어요. 아이들은 이 요소들을 생각하면서 지도안을 작성해 갔어요.
그다음날 아이들의 수업이 시작되었어요.
첫번째 수업은 "스도쿠 수학 수업"이었어요.
스도쿠는 숫자가 겹치지 않아야 한다 또는 한 자릿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1. 도입 : 인사, 게임룰 설명, 팀 나누기(2명씩)
2. 전개 : 스도쿠 찾기(쪽지를 대예배실에 숨겨놓는다, 쪽지 2개를 찾으면 스도쿠 한장으로 바꿔준다), 스도쿠 풀기(팀원 2명중 한명을 정한다, 스도쿠의 유래와 만든 사람을 알려준다, 자기 팀원에게 알려줘서 자기 팀원에게 설명을 하게 한다, 설명을 받은 팀원이 우리에게 설멸을 한다, 맞추면 또한장의 스도쿠문제를준다)
3. 정리 : 아이큐테스트를 해본다, 문제를 풀어보게 한다. 인사하고 상품을 준다.
이 아이들은 직소모형을 생각하게 했어요. 직소모형은 5-6개의 이질집단으로 학생들을 분류한 다음 학습 단원을 집단 구성원의 수에 맞도록 나누어 각 구성원에게 한 부분씩 할당을 한다음 각 집단의 같은 부분을 담당한 학생들은 전문가 집단을 형성하여 분담내용을 토의학습을 한 후, 소속집단으로 돌아와서 학습한 내용을 집단 구성원들에게 가르치는 거에요. 나중에 평가는 단원 학습 후 학생들에게 시험을 보게 하고 개인의 성적대로 점수를 흭득하게 하는 거죠. 이 아이들이 이 모형을 알았을리는 없을거에요. 하지만 유사하게 수업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놀라웠어요. "아이들에게 잠재된 교수 능력이 있구나"하는 것을 깨닫게 돼요.
두번째 수업은 "재미있는 그림그리기"수업이었어요.
1. 주제 2개를 골라서 그 주제에 맞는 그림 2가지를 그린다. 그림도구도 두가지 골라서 그린다.
(주제 : 창작캐릭터, 포유류, 새, 물고기, 파충류, 음식, 성품, 자연, 식물, 인물)
(그림도구 : 사비연필, 크레파스, 볼펜, 연필, 매직, 샤프, 색연필, 싸인펜, 스케치북, 지우개)
2. 그림그리기의 효능 : 그림 그리려는 대상을 잘 그리기 위해 관찰하려는 능력이 필요하게 되고 그에 따라 집중력과 관찰력이 향상됩니다. 그리고 창의성이 풍부해집니다. 그림을 그리면 여러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창의성이 풍부해진다고 생각합니다.
3. 평가 및 유의할점 :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서 2가지 물건과 주제를 정해서 5분간 집중해봅니다. 관찰력을 기르기 위해서 그 집주앟ㄴ 물건이나 주제의 특징을 이해해서 3문장으로 작성한다.
4. 만약 그림 수업 동안 어려움과 지루함을 느끼면 딱 1번까지사물과 주제를 바꿔서 다시 그릴 수 있다.
두번째 수업을 맡은 아이는 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어요. 그리고 대견스럽게도 제가 이야기 했던 것을 귀담아 듣고 수정하기도 하고, 고민해 보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실제 수업을 마치고 저에게 소감을 이야기 해주었는데, "보람이 있었어요. 한 친구가 저에게 도움을 청하고 제가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도와주었거든요. 그리고 그 친구의 작품을 전시하고 바라보는데 정말 뿌듯하더라구요" 저는 이 아이의 소감을 듣고, "바로 이런 것이 수업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분명히 잘 그리는 그림이 있었어요. 하지만 수업을 담당했던 아이는 그 그림보고 잘 그렸다고 하지 않았거든요. 자기가 가장 많이 도와주었던 친구의 작품이 가장 좋다고 이야기 했거든요. 많은 생각이 교차하게 만드는 지점인것 같아요. 저 또한 아이들의 잘함을 기대하지 않아요. 수업을 통해서 자기를 발견하고, 경험하고, 깨닫기를 바랄뿐이죠. 이아이는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이런 교사의 마음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세번째 수업은 "공동체를 부탁해!"라는 수업이였어요.
<목표는 개인보다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닫기 위한 학습을 한다> 였어요.
이 수업을 맡은 아이들은 고학년 여학생 3명이 맡았어요. 저는 이아이들을 많이 사랑하는데,
예민한 고등학교 여학생들이라, 어떡해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고, 서툴기도 하거든요. 이 아이들이 "공동체"라는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구성한다고 해서 기뻤거든요.
1. 인사 및 활동안내
2. 규칙소개 및 재료선정
3. 몸으로 말해요 퀴즈 및 재료 쟁탈전
4. 요리 시작
5. 중간 말씀 퀴즈
6. 평가 및 발표
요리를 통해서 공동체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아이들의 상상력이 엿보였던 수업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저에게 다가왔던 것은 아이들의 수업 평가서였어요.
1. 나에게 공동체성이란?, 함께 협동하는 힘, 모두 같이 한마음이 되어서 일을 하는 것,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가족, 좋은거, 잘못쓰는 안좋지만 잘쓰면 좋은 것, 우리다, 한마음 한뜻이 되는 과정, 하나의 마음, 같이 놀기
2. 수업을 하며 들었던 생각은?, 맛있겠다하는 생각, 요리는 역시 재미있군!!, 흥미진진했다, 내가 요리를 할 때 필요하던거를 옆에서 도와준 오빠들을 통해 아 이게 공동체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어떡해 해야 할지 몰랐는데 마지막에 좋았다, 재미있었다, 아주 훌륭한 수업이었다, 공동체성을 알 수 있었고 재미있었다, 팀원이 요리를 잘해줘서 감사했다,
3.수업을 하며 공동체성이 느껴졌던 순간은?, 라면 물버리고 올 때 요리 완료하고 먹을 때, 요리 만들 때 게임할 때,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서로 돕는 것, 다같이 할 때, 다 느껴졌다, 옆에서 나를 도와줄 때, 의견이 약간 이만큼 안맞을 때 맞춰가면서, 처음부터 끝까지였다, 같이 먹을 때
4.수업의 아쉬웠던 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은?, 상품이 적었다, 버너가 한 개 더 필요하고 식당에서 하면 좋겠다, 없었다, 박스를 작게 했으면 좋겠다, 기름이 없었던 거, 너무 길었다,
5.팀원들에게 발견한새로운 면은? 이정수요리실력, 팀워크가 좋은 것, 먹고 싶은 의지, 친구들이 의외로 요리를 잘 한 거, 도진이 오빠는 요리를 잘하고 준수오빠는 매우 창의적이라는 것, 평소 오빠들이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아니였다는 라는 사실, 준수가 뷔페집에서 장난치는데 다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도진이형 요리 잘한다.
6. 오늘 활동과 공동체의 관련성은?. 높음이상이었다.
세번째 수업을 보면서 여자아이들으리 센스와 세밀함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진짜 우리아이들을 보면서 동료교사의 공개수업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고요. 사람의 깨달음이란, 자기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하기도 하고, 깨침의 과정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개성적으로 성장해 간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저 또한 깨닫게 된 것 같아요. "배우다"와 "깨닫다"의 차이는 뭘까? 곰곰히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아요.
네번째수업은 "오감발달수업"이었어요. 목표는 숨겨진 오감을 찾고, 오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있었고요.
1. 인사/제비뽑기로 팀정하기
2. 시각 : 눈을 통해 빛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감각 작용
<활동 : 숨은그림찾기를 하고 점수를 매긴다, 1분30초>
3. 청각 : 소리를 느끼는 감각
<활동 : 눈감고 술래잡기, 시간을 잰다, 한사람당 3분씩>
4. 후각 : 기체 상태의 자극물이 코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생기는 감각
<활동 : 까나리 액젓과 된장 같은 것을 같이 놓고 무슨무슨 냄새가 나는지 맞춘다, 가장 빨리 맞춘 팀이 1등이 된다.>
5. 미각 : 맛을 느끼는 감각.
<활동 : 과자 3종류를 뿌신다음 섞어서 먹인다. 무슨 종류의 과자들을 먹었는지 맞춘다, 이 또한 시간을 잰다>
6. 촉각 : 물건이 피부에 닿아서 느껴지는 감각, 입각, 통각 따위이다.
<활동 : 4가지의 물건을 준비하고 보지 않고 그물건을 맞춘다 시간과 점수를 잰다>
7. 준비물 : 칸쵸, 새우깡, 콘칩, 까나리 액 젖, 초콜렛, 된장, 커피, 타이머, 숨은그림찾기, 소리로 말해요 단어, 촉각에 사용될 4가지 물건 등
이 아이들도 평가서를 만들었어요. 질문이 참신하더라구요. 수업분위기를 조선시대 분위기로 하였고, 질문지 자체도 조선시대 언어로 만들었더라구요.
1.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고?
2. 수련을 통해 느낀 감정을 이야기 해 보아라
3. 수련 내용 중 잘한 점과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고?
4. 수련에 대한 평가를 해 보거라(답은 정해져 있느니라 ㅋㅋ)
5. 수련을 받고 난 소감은 무엇인고?
6. 추신 : 수고 했느니라 -토기장이서당-
아이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아요.
- 꿀잼이었어요
- 무서웠고 그래도 많은 것을 느껴서 좋았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오감중 하나라도 없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정말 서당의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매우매우 울트라 슈퍼 캡 짱 좋았다"의 소감이 나왔어요. 어쩌면 수업을 진행했던 아이들이
인정받고 싶었나봐요. 아이들이나, 교사들이나 한마음인가봐요.
마지막 수업은 "CCM배우기"수업이었어요.
여러수업이 있었지만 유일한 기독교적인 수업이라 기대가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1. CCM에 대하여, 곡에 대한 소개
2. 다함께 불러보기
아이들은 생각한데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 것 같아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니깐, "짠~~"하더라구요. 그리고 옛날 생각도 나고요. 좋은수업을 생각하고, 고민해서 지도안을 작성하고 수업을 해보지만, 생각한데로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거든요. 그리고 내 생각에는 정말 아이들이 좋아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의외로 반응이 없을 때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마지막 수업을 했던 아이들은 바로 이점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한데로 잘 되지 않는구나" 교육학에서 학습이란, 좋은 방향이건 나쁜 방향이건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로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데, 저는 아이들의 행동의 변화에만 초점을 두지 않아요. 질적교육을 지향하는 사람이라 아이들의 내념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가 저의 관심사거든요. 마지막에 했던 아이들의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의 내면이 변화되는 지점이 명확하더라구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이 번 아이들의 수업도 굉장히 의미있었어요.
아이들의 수업을 보면서 저에게도 많은 점을 느끼게 되었어요.
1. 하나의 가친나 기준이 나머지를 지배하는 수업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나 기준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공존하는 수업이 되어야 한다.
2. 수업을 말그데로 해석해보면, 주는 일, 즉 가르치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체는 교사에게만 있었다.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이 가르칠 내용과 방법과 속도를 미리 정해 놓고 상대로 하여금 그 절차대로 배우도록 하는 일이 아니라, 학생이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토대로 학생의 방향과 속도의 방법으로 새로운 것을 깨달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가르치지 않고 배우지 않는 교육", 즉, 가르치지 않고 가르치는 것이다. 학생에 따라서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이 서로 다르고, 그에 따라서 깨달음의 방향과 속도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3. 깨치다 라는 것은 사람의 인식이 기존의 안정된 상태를 깨트리고 새로운 상태로 급격히 전환되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그래서 깨닫다 라는 것은 깨다와 달린다가 결합된 말인데, 기존의 인식의 상태를 깨트리고 새로운 인식의 상태로 빠르게 변화해가는 과정을 말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바로 수업을 통해서 "깨닫게"된 것이다. 교사가 직면하는 상황을 직면하고 변화해 갔기 때문이다.
나는 이상의 깨달음을 통해서 "아이들의 배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돼요. 저는 배움에 대해 착각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본을 보이고, 그러면서 아이들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교수의 일반적인 정의는, 어떤 행동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목표를 전제로 계획적으로 행동을 조직하는 것으로 공부했는데, 이 또한 외부로부터 무엇인가를 넣어서 배에 품거나 차게 하는 것을 뜻한다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즉, 외부에서 의도한데로 주어지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들의 학교 프로젝트를 통해서 제가 알았던 것은, 가르치는 사람이 사전에 결정한 방향과 속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특성에 따라서 다르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거고, 이 2박3일의 모든 과정 또한 수업이라는 것을 깨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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