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에 심은 나무 /달달한 묵상일기

너는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복남진우 2015. 11. 28. 23:15

 

 2015년 11월 27일 묵상일기.  기분날씨 : 멍때리고 싶음.

 

 오늘은 왠지 멍때리고 있고 싶더라구요. 뭔가 겹쳐지는 일정도 그렇고 내일 중요한 가족모임을 생각하니 부담감도 올라오고요. 오늘 학교에서 오후에 아이들이 가족의 밤 연습을 하고 있더라구요. 보면서 여러 생각이 나더라구요. 기타를 치는 아이의 역량은 월등한데 이 아이를 받쳐줄 수 있는 악기가 없더라구요. 일상을 살다보면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하더라구요. 개인의 역량은 되는데 공동체가 받쳐주지 못하는 경우, 공동체의 이상은 큰데 개인의 역량이 받쳐주지 못하는 경우, 공동체의 이상도 크고 개인의 역량도 크지만 다른 동료들이 받쳐주지 못하는 경우 정말 다양하게 발생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갈등이 많을 거에요. "좀만 연습하면 될텐데", "왜 연습을 해오지 않는거지", "나만큼 열정이 없는 건가", "왜 나만 열심히 해야 하는 거지"  정호승 시인의 <지푸라기>라는 시가 생각이 나네요. "나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게 아니다 먼지를 일으키며 바람 따라 떠도는 게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이다 내일도 슬퍼하고 오늘도 슬퍼하는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도 길바닥에 주저 앉아 우는 당신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뿐이다 물과 바람과 맑은 햇살과 새소리가 섞인 진흙이 되어 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 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랄뿐이다." 시인은 무정물에 지나지 않는 지푸라기에 연민의 감정을 불어 넣고 있어요. 사람들이 보기에는 버림받는 것 처럼 보이고 세상을 무작정 떠도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기다리는 거라는 거죠. 지푸라기는 인생의 벼랑 끝으로 내몰려 주저앉아 우는 이에게 미력하게나마 힘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거죠. 그래서 그런지 오늘 그 아이를 보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나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너는 충분히 잘 하고 있는거야"

 

-말씀과 기도로 사람을 세우는 복남이^^V-